전시명 ㅣ 옻칠, 빛으로 피어나다
 
작가 ㅣ 김정은, 박승비, 손수경, 신란숙, 윤현섭, 정회윤
 
전시 기간 ㅣ 2026.7.1.(Wed)- 7.12.(Sun)
 
소개 우리는 빛을 본다. 그러나 빛은 언제나 표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어떤 빛은 시간 속에서 스며들고, 기억을 품으며, 오래도록 마음속에 머문다. 이번 전시는 옻칠이라는 재료를 통해 시간과 자연, 그리고 인간의 내면이 만들어내는 빛을 조명한다.
 
옻칠은 단숨에 완성되지 않는다. 한 겹의 칠이 마르기를 기다리고, 덧입히고, 또 다시 연마하는 긴 시간을 거쳐 비로소 깊은 광택과 결을 얻는다. 그 느린 과정은 단순한 제작 방식이 아니라 시간을 품는 태도이며, 자연과 인간이 함께 만들어내는 축적의 기록이다. 켜켜이 쌓인 수많은 층은 빛을 머금고, 그 빛은 작품 속에서 또 하나의 시간으로 살아난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여섯 명의 작가는 서로 다른 시선으로 옻칠의 가능성을 확장한다. 내면의 감정과 기억을 겹겹이 쌓인 색의 깊이로 드러내고, 생명의 순환과 바다의 흐름을 통해 존재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이야기한다. 바람과 빛, 밤하늘과 산, 달항아리와 난각, 그리고 자연이 남긴 흔적들은 하나의 형상을 넘어 삶의 감각과 사유를 담아내는 매개가 된다.
 
이들의 작업에서 빛은 단순히 화면을 밝히는 요소가 아니다. 그것은 감정의 농도이며, 기억의 잔상이고, 자연이 품고 있는 생명의 숨결이다. 때로는 달빛처럼 은은하게 번지고, 때로는 바람처럼 형태 없이 스쳐 지나가며, 깊은 밤의 풍경처럼 보이는 것 너머의 세계를 열어 보인다. 관람자는 작품 앞에서 하나의 이미지를 보는 것이 아니라, 빛이 시간과 만나고 감각과 기억 속에서 다시 피어나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전통은 과거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살아나는 순간 비로소 현재가 된다. 이번 전시는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옻칠이라는 재료가 동시대 작가들의 사유와 만나 어떻게 새로운 언어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서로 다른 여섯 개의 세계는 하나의 빛으로 연결되고, 그 빛은 작품을 넘어 우리의 기억과 감각 속에서도 조용히 번져나간다.
 
'옻칠, 빛으로 피어나다' 는 느림 속에서 완성되는 아름다움과 시간이 남긴 깊이를 마주하는 자리이다. 작품 앞에 머무는 순간, 관람객은 표면을 비추는 빛 너머에 켜켜이 쌓인 시간의 결을 발견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기억과 감정 또한 조용히 빛나고 있음을 만나게 될 것이다.
 
하랑갤러리 ㅣ종로구 자하문로 38길 45, 1F (환기미술관 맞은편)
 
관람시간 ㅣ 11 am- 5 pm (매주 월,화 휴관, 무료관람)
 
문의 ㅣ(02)365-9545, galleryharang@gmail.com, Instagram @galleryharang
 
작품 문의 ㅣ e-mail, DM, 또는 링크트리에서 신청 부탁 드립니다.  https://linktr.ee/galleryharang
 
 

물안개, 30x30cm, 나무에 옻칠, 2026, 김정은

 
김정은   JeoungEun Kim
나는 인간의 몸과 감각을 하나의 우주라고 생각한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정서적 떨림, 기억의 잔상, 감각의 변화는 단순한 심리적 반응이 아니라, 끊임없이 팽창하고 수축하는 내적 우주의 움직임이다. 반대로, 내가 몸 밖에서 마주하는 빛, 기후, 공간, 타인의 존재는 또 다른 거대한 외부 우주로 확장된다. 나의 작업은 이 두 우주, 내면과 외부가 서로 충돌하고, 스며들고, 흔적을 남기는 지점을 포착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한다.

나는 순간의 감정과 기억이 남긴 미세한 흔적을 시각화하기 위해 전통 옻칠이라는 재료를 사용한다. 옻칠은 시간이 만든 재료이며, 동시에 시간을 품은 재료다. 칠의 층은 물질이자 시간의 단면이며, 건조와 연마를 반복하는 과정 속에서 감정과 기억은 천천히 침전되어 또 하나의 층을 만든다. 투명하거나 반투명하게 쌓이는 옻칠의 깊이는 내가 인식하는 감정의 농도, 감각의 진폭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공간이 된다.

 
 

Mindfulness 그 너머 III, 53x45.5cm, 나무화판에 옻칠과 자개, 2026, 박승비

 
박승비  SeungBee Park
밤하늘은 끝이 없다. 시선은 머무르지 못하고, 어둠 속으로 계속해서 미끄러진다. 산은 그 아래에서 더 이상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다. 빛을 잃은 윤곽은 그림자로 남아,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에 머문다. 나는 이 경계에 머무는 순간에 주목한다.

무엇이 분명해지기 이전, 이름 붙여지기 이전의 상태. '그 너머'는 어떤 공간이 아니라, 인식이 멈추고 감각이 열리는 순간이다. 노자가 말한 유와 무의 사이, 장자가 사유한 분별 이전의 세계처럼, 모든 것은 고정되지 않은 채 흐르고 있다.

색들은 깊어지고, 다시 흔들리며 번져간다. 이 색들은 풍경을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하나의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넘어가는, 감각의 이동을 드러낸다. 형태는 닫히지 않고, 공간은 끝나지 않는다. 그 너머는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보이는 것이 더 이상 하나로 고정되지 않는 순간. 그 때 비로소 생성된다.
 
 

고연(본래부터 그러함), 53x45cm, 옻칠, 난각 및 혼합재료, 2024, 손수경

 
손수경   SooKyung Sohn
우리는 매 순간 여러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각지고, 둥글고, 네모나고, 세모난 여러 형태로.. (중략) 난각 한 조각 한 조각이 달항아리와 질그릇을 이뤄갈 때, 나의 기쁨, 고요, 소망도 핀셋끝 매달린 난각 한조각의 떨림으로 녹아 들어간다. 매 순간 쉼과 소망을 담아 본다. 더 이상 무엇을 증명하지 않아도 내면의 충만함이 중요한 삶을 꿈꾼다. 
 
 

마음 그릇, 45x45cm, 옻칠, 칠보, 2026, 신란숙

 
신란숙  RanSook Shin
신란숙 작가의 작품은 빛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낸 시간의 결이다. 수차례 덧입힌 옻칠이 번지며, 표면은 한없이 부드럽고 깊은 울림을 품는다. (중략) 작가는 그 여백 속에서 빛과 마음이 맞닿는 지점을 포착한다. 화면에 드러나지 않은 감정의 결, 말로 설명되지 않는 내면의 흔적이 조용히 번진다. 

작가에게 달항아리는 달빛이다. 완벽하지 않은 균형, 미묘한 비대칭은 오히려 인간적인 온기를 품는다. 가까이 다가서면 미세한 흔적과 균열이 마치 피부처럼 살아 숨 쉬며, 시간과 기억의 감각을 불러낸다. 

신란숙의 회화는 그렇게 시각을 넘어 감각을 깨운다. 빛과 소리, 정서가 서로 스며들어 마치 눈으로 듣고 귀로 보는 듯한 경험을 이끈다. 그가 그려낸 세계는 달빛처럼 고요하고, 은은하며, 마음 깊은 곳을 천천히 적신다.
 

순환의 바다, 30x30cm. 나무에 옻칠과 펄, 2026, 윤현섭 (L:정면, R:측면)

 

윤현섭   HyunSeb Yoon
바다는 생명의 시작이자 다시 돌아가는 장소이다. 작은 물방울들이 모여 바다가 되고, 바다는 다시 기화하여 세상으로 퍼진다. 이러한 순환 속에서 바다는 끊임없이 새로운 생명의 근원이 된다.

‘순환의 바다’는 이러한 거대한 순환의 흐름 속에서 개별적인 존재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이야기한다. 물의 움직임처럼 생명 또한 고정된 상태로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흐르며 다른 존재들과 관계를 맺는다.

이 작품은 바다의 모습을 단순히 재현하기보다 물과 생명이 서로를 만들고 다시 돌아오는 과정 자체를 형상화하려는 시도이다. 작품의 표면은 멈춰 있는 형태이면서도 동시에 끊임없는 흐름을 담고 있으며, 그 속에서 우리는 자연의 근원적인 순환과 생명의 지속을 마주하게 된다.

The Soul of the Wind-Summer #5, 20x20cm, 나무에 옻칠, 자개, 2025, 정회윤


정회윤  HoeYoon Choung
바람을 그린다. 우리가 태초에 출발한 곳에서 머무르는 곳, 그리고 향해야 할 곳으로의 바람은 분다. 그 바람은 우리의 역사로부터 미래까지를 연결하며 우리의 정체성을 사유하게 한다.

바람과 물, 빛처럼 형태를 고정할 수 없는 자연의 감각과 그 찰나를 포착하는 것이 작업의 출발점이다.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버드나무는 개인과 타자의 경계에 놓인 존재로서 불안정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투영한다. 화면의 남겨진 이미지와 흔적들은 나의 경험과 의도에서 비롯되었지만 여러분의 경험 속 기억과 시간, 내밀한 감정을 조용히 되짚을 수 있는 여백으로 존재하기를 바란다.

 
 



<Blooming Into Light : Ottchil> -
JeoungEun Kim, SeungBee Park, SooKyung Sohn, RanSook Shin, HyunSeb Yoon, HoeYoon Choung

 
We see light. Yet light never remains merely on the surface. Some light permeates time, carries memory, and lingers quietly within us. Blooming into Light: Ottchil explores the luminous qualities born through time, nature, and the human spirit, expressed in the medium of Ottchil (traditional Korean lacquer).
 
Ottchil is never completed in an instant. Each layer must patiently dry before another is applied, only to be polished once again. Through this slow and meticulous process, the surface gradually acquires its profound depth and radiant sheen. More than a traditional technique, Ottchil embodies an attitude toward time—a record of accumulation shaped by both nature and human devotion. Layer upon layer, it absorbs light, allowing that light to re-emerge as another expression of time within each work.
 
The six participating artists expand the expressive possibilities of Ottchil through their distinct artistic visions. Their works reveal the depths of emotion and memory through accumulated layers of color, contemplate the cyclical rhythms of life and the sea, and speak of the invisible connections that bind all living beings. Wind and light, mountains beneath the night sky, moon jars, fragments of eggshell, and traces left by nature transcend their physical forms, becoming vessels through which sensation, contemplation, and lived experience are conveyed.
 
In these works, light is far more than a visual element. It embodies the density of emotion, the residue of memory, and the quiet breath of life that flows through nature. At times it diffuses softly like moonlight; at others it passes unseen like the wind, opening a world beyond the visible. Standing before these works, viewers encounter not simply images, but the unfolding process through which light meets time and quietly blossoms again within memory and perception.
 
Tradition is not preserved by repeating the past, but by being continually reimagined through the sensibilities of the present. This exhibition demonstrates how the centuries-old medium of Ottchil evolves into a contemporary visual language through the diverse perspectives of today's artists. Though each artist presents a unique world, all are connected by a shared light—one that extends beyond the artworks themselves, quietly illuminating our own memories and inner landscapes.
 
'Blooming into Light: Ottchil' invites us to experience the beauty that emerges through patience and the profound depth that only time can create. As viewers linger before each work, they may discover the layered traces of time beneath its luminous surface, and perhaps recognize that their own memories and emotions, too, continue to glow with a gentle and enduring light.
 
Gallery Harang ㅣ1F, 45, Jahamun-ro 38-gil, Jongno-gu, Seoul
 
Opening Hours ㅣ 11:00 AM – 5:00 PM, Closed Mon&Tue, Free admission
 
Contact ㅣTel. +82-2-365-9545, galleryharang@gmail.com, Instagram@galleryharang
 
Artwork InquiriesㅣPlease DM us or contact us via email at galleryhar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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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l Images ⓒThe artists, Courtesy of Gallery Harang, Seoul.

* 모든 작품 이미지의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습니다. 사진 제공 : 하랑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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