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속에 축적된 시간들을 쌓아올리는 진지한 사유와 실험을 담은 작품들을 선보인다. 뛰어난 감수성을 통해 표현하는 이미지들은 보는 사람 각자의 경험과 기억으로 채집되고, 또 다른 시공간이 축적되고 확장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2023. 10.31.(화)-11.12.(일)
작가와의 만남 : 11. 4.(토) 2-4pm
✔고차분, 이기숙
✔종로구 자하문로 38길 45, 1F (환기미술관 맞은편)
✔관람시간: 11am-5pm (주차 가능, 월요일 휴관)
✔전시 및 작품 문의 (02)365-9545, galleryharang@gmail.com, 010-3944-5352
<고차분 작가노트>
진정한 안식에 머물게 할 수 있는 ‘집’은 어디에 있을까. 불완전한 ‘나’라는 존재를 넘어 모든 이들에게 해함도 상함도 없는 진정한 안식처로서의 ‘집’을 꿈꾼다.
집에서 집으로. 행복이라는 파랑새를 찾아 헤매듯 이 집 저 집을 지나오며 나는 지금의 집에 머물러 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품어 줄 거라 기대했던 마음들이 허기진 외로움이 되어 마음의 집을 부수고 허물어내기도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진정한 안식처로서의 ‘집’을 갈망한다.
그림 속 집들은 나의 마음을 대변하는 상징적 존재이자 숱한 누군가이다. 때론 홀로이, 또 때론 무리들이 되어 캔버스 위를 맘껏 유영한다. 길을 지나고,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 쉼 없이 나아가는 집의 무리들은 화면을 빼곡히 채워간다. ‘나’이자 ‘너’이고 ‘우리’를 대변하는 집들은 삶의 안식을 향해 천천히 나아간다.
진정한 안식을 주는 ‘집’을 향해 내게 주어진 길을 하염없이 걷는다. 불완전한 안식에서 완전한 안식으로 향하는 기나긴 여정이기에 서두르지 않고 올곧게 집을 지어가려 한다.
<이기숙 작가노트>
캔버스에 여러 겹의 한지를 붙이고 흙이 얇게 발린 상태에서 순간에 긁힌 ‘선’들은 한지가 한 두 겹이 찢겨 지며 긴 섬유질로 인해 ‘끌림의 선’으로 연출되는데, 이는 최소의 것만을 남기고 떨구기 위한 (이후 보존 상 크랙의 위험을 덜기 위한) 방법인 동시에, 말린 후 수십 번의 채색과 샌딩 작업으로, 그들이 뭉치거나 흩어지며 어떤 공간을 이루게 된다.
나는 줄곧 ‘선(線)’, 그러니까 흙이 발라진 젖은 한지 위에 찢겨지는 ‘선’이 가지는 자유로움과 변화에 집착해 왔고, 그러나 그것이 이루는 형상보다는, 자유로이 뭉치거나 흩어지면서 어떤 대기와도 같은 유동적인 공간을 만들고자 하였다.
바탕 작업에서 ‘각인된 선’은 말린 후 수십 번 채색을 올리거나 채색을 한 후 샌딩 작업에 의해 순간의 긁힘이 다시 돋아 오르는데, 자연 속 풍경에서 드러나는 선(線)과 나의 주관적인 감정의 선이 겹쳐 선과 선이, 점과 점이 만나는 자리에는 공간이 열린다. 그리하여 마치 순간이 영원에 닿아있는 듯 나의 아득한 시선으로 살아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