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고요한 흐름
 
작가 ㅣ 유유리, 한나래

전시 기간  2025.05.20 (Tue)- 06.01.(Sun)

전시 소개 ㅣ 이번 전시는 조형 작업을 하는 유유리 작가와 한나래 작가의 ‘흐름’에 대한 사유가 만나는 자리다. 유유리 작가는 손끝으로 반복해 쌓아 올린 시간의 밀도로, 한나래 작가는 가슴속을 적시고 흘러간 감정의 비로 자신만의 세계를 직조한다.

유유리 작가에게 자연스러움이란, 우연처럼 보이되 의지의 축적 속에서만 드러나는 본질이다. 손의 리듬과 멈춤의 타이밍을 통해 포착된 그 순간은 질서 속에서 피어나는 명상 같은 아름다움이다. 반복의 고요 속 미세한 긴장을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은 작가가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도 닮아 있다.

한나래 작가는 비를 매개로 불안과 슬픔이라는 감정의 층위를 다룬다. 몸 안에 가득 차오르던 비는 이제 유수가 되어 흐르고, 넘치며, 다음 시절로 나아간다. 물고기와 직선, 검푸른 빛들은 작가의 시절들을 상징하며, 고통의 경험이 확장과 위로로 전환되는 가능성을 암시한다.

두 작가의 세계는 서로 다른 감각과 언어로 쓰였지만, 시간의 흐름을 통과하며 삶을 직시하고 수용하고자 하는 깊은 의지로 공명한다. 이 전시는 불확실한 삶의 곡선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존재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 또한 작품들을 바라 보며 저 너머로 조용히 흘러가기를 소망한다.

 
하랑갤러리 ㅣ종로구 자하문로 38길 45, 1F (환기미술관 맞은편)

관람시간  11 am- 5 pm (월요일 휴관, 무료관람)
 
문의 ㅣ(02)365-9545, galleryharang@gmail.com, 인스타그램 DM @galleryharang
 
작품 문의 ㅣ https://moaform.com/q/Q7ellZ

 

(L) 첩첩지중, 600x250mm, 종이, 합성옻칠, 2025 (R) 첩첩지중, 300x350mm, 종이, 합성옻칠, 2025, 유유리
첩첩지중, 600x250mm, 종이, 합성옻칠, 2025, 유유리

 

유유리 작가노트

나는 모든 작업의 바탕에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믿음을 두고 시작한다. 그 순간을 찾기 위해, 손으로 반복하며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비롯되는 우연이 자연스러움을 드러내고, 그 결과가 나타나는 순간을 알아차려 멈추는 것에 집중한다. 내가 말하는 '자연스러움'은 자칫 의도된 듯 보일 수도 있지만, 우연의 선택들이 겹겹이 쌓이지 않았더라면 도달할 수 없는 어떤 지점을 의미한다. 그 지점은 매 순간의 결심과 선택이 모여 지금의 나를 이루는 삶의 모습과도 맞닿아 있다. 질서를 벗어나지 않으며 흐르는 모든 시간은 마치 명상적이다. 반복되는 시간은 때로 고요해 지루할 지경이지만, 그 평온함 위를 흐르는 섬세한 긴장감은 늘 나를 고쳐 세우며,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놓치지 않도록 만든다. 어떤 결과든 그 과정을 거쳤기에 이미 충분하다고 믿는다.

 

첩첩지중 : A Layered Rhythme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첩첩지중> 시리즈는 종이가 본연의 성질로 돌아가, 물에 흩어지고 바람는에 결속되며 다시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낸다.
이를 반복하고 조합하는 방식으로 무게감과 입체성을 부여한다. 종이로 만든 조각들이 질서 속에서 자유롭게 반복되고 나열되는 과정을 통해, 아름다움에 다가간다. 그렇게 겹겹이 쌓인 흐름 속에서 문득 멈춰지는 순간이 곧 결과가 된다. 그 순간이야말로 내가 찾는 가장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지점이다. 이 시리즈는 보는 이로 하여금 종이라는 재료에 대한 고정된 인식을 벗어나, 그 낯선 질감과 형태 안에서 새로운 감각을 발견하게끔 유도한다. 반복과 밀도의 변화는 겹겹이 쌓이며 하나의 리듬이 되어 공간을 채워간다.

 

주요 약력

유유리 작가(b.1984)는 주된 소재인 종이를 통해 자신만의 오브제를 선보이고 있다. 다년간 패션 브랜드에서 실험적인 기법과 소재를 탐구하여 손으로 만들어 내는 질감과 형태 속에서 찾은 아름다움을 말하고 있다. 9.5 Gallery_서울(2024)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주요 단체전으로는 <Text_ure 2024>_CICA 미술관(김포, 2024), <바람이 지나는 길목에서>_헤럴드아트큐브(서울, 2024), <천재화가 천경자를 기리고 그리다>_천경자 탄생 100주년 특별공모전_고흥아트센터(2024, 고흥)이 있다.

 

유수, (왼쪽부터)300×300×240mm, 370×220×340mm, 240×240×280mm, 330×330×380mm, 300×160×170mm 백자혼합토, 채색분장, 2015, 한나래

 

유수, 250x250x210mm, 백자혼합토, 채색분장, 2015, 한나래

 

한나래 작가노트
유수 - '불안과 슬픔의 시절 저 너머로 흘러간다'
나는 작업 안에 나의 여러 시절 이야기들을 담아 놓고는 하는데, 그 중 비를 표현한 '유수' 작업 안에서는 나의 불안과 슬픔의 감정들을 표현하고 있다. 비는 나의 불안과 슬픔을 상징하는 대상이다. 실제로 내리는 비이기도 하고, 상징적으로 표현되는 감정의 대상이기도 하다. (중략) 폭우가 쏟아지던 회색의 흐린 낮이었다. 너울 너울 넘친 연못의 물줄기를 따라 작은 물고기가 냇가로 흘러 들어갔다.' 동화 같은 장면의 목격이었다. 그 잔상이 지워지지 않고 몇 해를 마음 속에 머물렀다. 사유를 거듭할수록 물고기는 내가 되었다. 비는 고난이었지만 나를 넘치게 만들어 주었다. 그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흘러가는 시절의 의미 같았다. 작고 작은 내 세계가 담긴 시절이 비에 넘치고 확장되었다.
작품에 주로 표현되고 있는 검고 푸른 색상들은 나의 불안과 슬픔을 상징한다. 작품의 표면의 곧은 형태로 쏟아지고 있는 직선들은 유수(비)를 나타내는데, 유수는 불안을 상징하지만, 나의 시절 속에서 자극이 되어 흘러 넘침으로서 그 너머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한다. 그런 의미를 담고 있는 유수는 작품 표면에서 패턴 형태의 장식으로 나타내고 있으며 물고기는 나를 상징하는 매개체로 표현된다.
나는 나의 불안과 슬픔을 바라봄으로써 치유되고 있다고 믿으며 작품을 통해 저 너머로 무사히 흘러가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으려 한다. 그 염원이 나의 아이, 나의 가족에게 전해지길 원한다. 내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 확대되기를 바란다. 나는 결국 불안과 슬픔을 딛고 위로를 전하기를 염원한다. 모두들 무섭고 슬프겠지만 저 너머로 무사히 흘러가 좋은 곳에 닿기를.
 

주요 약력

한나래 작가(b.1982)는 갤러리제로룸152_서울(2023, 2024), 갤러리틈_서울(2025)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주요 단체전으로는 <제로룸 단체전>_갤러리틈(서울, 2023), <유유자적: 자기만의 방>_갤러리 71(서울, 2025) 등이 있다. 공예트렌트페어(2022-2023), 서울디자인리빙페어(2025)에서도 작품들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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