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그림자' 2025.2.11.(Tue)- 2.23.(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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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 ㅣ '내 안의 그림자'
참여 작가 ㅣ 임하경, 김보현
전시 기간 ㅣ 2025.2.11. (Tue)- 2.23.(Sun)
하랑갤러리 ㅣ종로구 자하문로 38길 45, 1F (환기미술관 맞은편)
관람시간 ㅣ 11 am- 5 pm (매주 월요일 휴관)
문의 ㅣ(02)365-9545, galleryharang@gmail.com, 인스타그램 DM @galleryharang
작품 리스트 요청 ㅣhttps://moaform.com/q/Q7ellZ
전시 소개 ㅣ 우리의 내면에는 그림자가 하나씩 존재한다. 그림자는 사람이 갖고 있는 어두운 면을 설명할 때 주로 사용되거나,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화하는 삶을 반영한다.
임하경 작가의 그림자는 ‘마음의 무게와 어두운 감정을 아름다운 형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갈망’이다. 무의식 속에 있는 억눌린 감정을 돌에 비유하면서, 작품 속에 ‘조각가’라는 존재를 만들어 모난 돌덩이를 따뜻한 손길로 어루만지고 위로한다. 작가는 내면 속에 숨겨져 있던 감정들을 숨기지 않고 꺼내어 스스로 마주해야 함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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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의 조각
“나는 사람들이 저마다 마음 안에 지고 있을 무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우리의 마음 안에는 돌이 존재한다. 누군가의 말에 담긴 단어나 태도가 모난 돌이 되어 마음에 내던져지기도 하고, 때로는 내뱉지 못해 억눌린 말과 감정이 바위가 되어 스스로 짓눌리기도 한다. 우리는 서로 저마다의 무게를 견디며 살아가고 누군가는 그 무게를 덜거나 나누려고 애쓴다. 한편, 나는 그 무게에 짓눌린 덕에 우리가 파도와 같은 삶 속에서 휩쓸려 떠내려가지 않고, 고독하고도 꿋꿋하게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살 수 있는 거라고 믿는다. 우리는 그렇게, 마음의 무게로 삶을 견디고 균형을 잡아 살아간다.
그렇기에 나는 우리 내면의 돌덩이들이 아름다운 형상이 되기를 바랐다. 누군가는 피로를 느끼고 때때로 혐오하기도 하는 불안, 우울 등의 감정이 분명한 형태가 되기를, 그래서 우리 내면에 필요한 존재로 각인되기를 원했다.
기피하는 단어와 감정을 애정의 존재로 어루만지고 다듬기 위해 나는 그림에서 ‘조각가’라는 존재를 만들었다. 그림 속에서 조각가는 그를 찾아온 사람들이 마음속에서 꺼낸 모난 돌덩이를 아름답게 조각하여 돌려준다. 사람들은 차마 말할 수 없던, 마음에 묻은 얼룩과도 같던 단어와 감정의 형상을 조각가를 통해 찾게 된다.
이 이야기는 조각가를 표현한 그림(나는 조각가입니다, 2025)으로 시작하게 되었으며, 조각가가 다룬 사람들의 내면에 대한 이야기는 연필, 색연필, 오일 파스텔 등을 활용한 세밀한 그림으로 나타난다. ‘위로의 조각’이라는 주제 아래 사람들의 마음 안에 숨은 감정과 단어들은 분명한 형태로 표현되어 명료하게 인식된다. 전시를 통해 작품을 보는 관람객들이 모진 마음을 다듬어가기를, 슬픔과 고통이 가진 형상에서 아름다움을 목격하는 순간을 갖기를 바란다. (임하경 작가노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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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현 작가의 그림자는 ‘그림자를 숨길 필요가 없었던 어린 시절의 아이(I)에 대한 열망’이다. 사회가 규정한 규범 밖에서 오직 내면의 소리를 따르며 살았던 어린시절과 현재가 만나 새로운 아이(I)로 성장하여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림자를 표현한다.
내면의 그림자를 온전히 받아들이면서 스스로를 다시 품으며 위로하고, 자유로워지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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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그림 속 형상들은 내가 아이일 적에 그려낸 것들로부터 따온 것이다. 단 한 개의 선조차도 나의 뜻대로 그어지지 않던, 손끝이 무르디 무른 시절이 있었다. 그렇기에 옛 그림들을 보게 되면 현재의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형상들로 수놓아져 있다. 가만히 들여다보며 손끝으로 더듬더듬 해독해내야만 간신히 유추가 가능한, 불안정한 선들의 화음.
그럼에도 아이였던 나는 불안정한 세상을 지어내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무른 손끝에서 피어나는 세계가 어처구니가 없는 세계인 줄은 꿈에도 모르고, 그저 자유롭게 내 머릿속 꿈들을 낚아올렸을 것이다. 적어도 그 당시에는 나만이 꿈꿀 수 있는 말도 안 되는 꿈과 세계가 나의 현실이었다.
그러한 현실 속에서 살아갔을 나의 어린 시절은 어쩌면 가장 아이(I)다운, 누구보다 나다울 수 있었던 시절일 것이다. 세계의 화음을 조형하는 규칙은 다름 아닌 내 안에 담겨있으리라고 한 치 의심도 없었던 시절.
그리고 그 시절은 내가 미처 알아차리지도 못한 사이에 스러지고 말았다. 현재의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능숙하고 안정적인 손끝으로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 일구었던 잊혀진 세계를 발굴해낼 뿐이다. 내가 끝내 답습해버린 이 세계의 규칙대로, 불명료한 선들을 엮어 형태와 양감을 빚는다.
이러한 나의 작업이 아이였던 시절의 세계를 애써 흉내내는 것에 불과하다 느낀 적도 있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면, 나는 과거의 세계를 다시 발굴하고, 그 위에 새로운 층위를 쌓아 올리는 중이다. 더 이상 무르지 않은 손끝은 옛날처럼 마냥 자유롭지는 않겠지만, 그 안에는 나의 삶과 경험, 그리고 잃어버린 세계를 향한 의지가 스며들어 있다. (김보현 작가노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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